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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일상

말레이시아에서의 한국어교육

한국어 가르쳤던 학생이 오랜만에 안부인사를 전했다. 

MCO 기간이라 토픽 시험이 미뤄졌고 덕분에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의 한국인의 인식은 좋은 편이다. 현지 친구들의 한국 사랑이 대단하고, 한국 연예인의 소식을 내게 전해주기도 한다. 작년에 박보검, 강다니엘이 쿠알라룸푸르에 왔었다는 걸 친구를 통해 들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등 나라별로 팀이 나눠져 있는데 한국인들은 보통 다른 팀에 대해서 잘 관심을 두지 않지만 다른 팀들은 한국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한국인들의 이름도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이직할 때 날 면접 봤던 말차(말레이시안-차이니즈)도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 팀 리더로 있었는데 이직을 했고, 나는 그를 몰랐지만 그는 날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 들이 나보다도 더 한국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현지인들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 번씩 말레이시아 카페에 한국어 교사를 구인하는 글이 올라온다. 토요일 4시간 수업에 시간당 40링깃(12000원 정도)을 주기에 한번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기회가 주어져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됐다. 솔직히 말레이시아 내에서 한국인에게 시간당 40링깃은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경험 삼아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면접은 어학원의 정직원이신 한국인 선생님이 면접을 봤고, 내게 티칭을 하기 전에 트레이닝을 시켜주신다고 했다. 나는 ㄱ,ㄴ,ㄷ 부터 가르치는 제일 기초 반에 배정이 됐고, 담당 선생님께서 트레이닝을 시켜주셔서 티칭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고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전 반의 인원은 9-10명 정도였고, 말차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성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 남자 한분이 내 수업에 들어왔는데 회사 업무로 여기저기 출장을 많이 가서 수업에 빠지기 일수 였지만 여자친구 분이 한국분이셔서 한국어 시험칠 거라고 했다. 또 인상 깊었던건 처음 중학생들을 봤을 때 세명 다 키도 크고, 영어도 잘해서 고등학생이거나 성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나이라고 하기에 정말 깜짝 놀랐고, 이 친구들은 성인들 보다도 한국어를 대하는 모습과 이해도, 습득력이 아주 높았었다. 아마 학교에서도 꽤 높은 성적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들은 영어는 물론 말레이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이들의 진지한 태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었고 나도 다시 다른 언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반은 새로 개설되는 반이었다. 완전 초보반이었는데 첫 수업에 17명이 왔다. 이름도 다 외우기 힘들어서 칠판에 이름을 적어놓고 시작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있었고 어떤 말레이시안 남자분은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도 있으셨다. 어떤 직장인은 한국의 방탄소년단을 좋아해서 어느 정도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 편이었다. 초등학생은 한 명이 있었는데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온 것 같았고, 대학생 중 한 명은 한국에 취업을 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태권도를 하고 있었고, 어떤 학생은 한국에 교환학생을 신청해 둔 상태였다. 다양한 나이대와 다른 한국어 실력으로 그에 알맞게 가르치기가 어려웠지만 학생들이 잘 따라와 주었고 중간중간에 게임도 해가면서 재밌게 수업 했다. 확실히 쓰고 말하는 한국어와, 가르치는 건 다르다는걸 느꼈다. 한국어 수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시작하기 전에 교육이 필요하고, 수업 시작 전 잘 준비해서 가야 한다. 회사 다니면서 긴장이 됐고 수업 전날 늘 2-3시간 준비는 기본으로 했던 것 같다.   

 

이들을 가르치는 기간 동안 학생들이 나를 좋아해줘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 안에 쌓여진 에너지를 발산 했고, 삭막한 회사와는 또 다른 좋은 에너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 면접 볼 때부터 6개월을 하겠다고 하고 시작했었다. 시간이 가까워 오자 더 하고 싶었고, 학원 측에서 좀 더 해줬으면 했지만 회사와 티칭을 병행하면서 원래도 좋지 않던 체력이 더 안좋아져서 당분간 쉬기로 했다. 어학원 매니저는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다시 와도 좋다고 했다. 그렇게 6개월간의 한국어 티칭을 마무리 지었다.

 

이 곳에서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갖는 한국인들도 있는데 사이버대학을 통해서 한국어 자격증을 수료해서 가르치는 분들도 있고, 가르치면서 한국어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도 있다. 말레이시아 회사들 중에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안들이 입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국인들보다는 임금이 낮지만 일반 현지 회사보다는 임금이 높기에 말레이시안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는것은 더 선호된다. 몇 달 전에 우리 팀에 한국어를 하는 말차와 말레이-말레이시안이 들어왔는데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구사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이들로 인해 한국인 입지에 살짝 위협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회사에서는 한국인을 필요로 하고 한국인만큼 일을 잘하는 팀을 보지 못했다. 어쨌든 말레이시아 내에서 한국어의 교육의 열정은 한국 미소년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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